[펌] 중국이 안고 있는 '홍콩'이라는 딜레마(feat 금융도시)

2019. 8. 19. 05:58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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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 :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832515

 

 

내용이 흥미로워서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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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싱가포르에서 금융업 하시는 분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살짜쿵 '홍콩의 미래'에 대해서 서로 방담 같은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엊그제 화제가 된 '짐 로저스'도 싱가포르 베이스 금융인이긴 하네요.

 

주제는 크게 두 개였는데

 

"베이징은 홍콩을 어떻게 하려나?"

 

"홍콩이 망하면 싱가포르가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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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싱가포르 중심가에 '선텍(Suntec)시티' 라는 커다란 복합상업지구가 있는데,

 

이 곳이 1996년 홍콩자산가들이 싱가포르에 계획한 일종의 "무역방" 같은겁니다..

 

중국 반환을 코앞에 둔 홍콩재벌들이 절반정도되는 자산을 처분해 싱가포르에, 거대한 단지를 하나 만든거죠.

 

당시 1조 정도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지금 매매가가 수십배는 올랐겠지만)

 

"홍콩의 미래가 불투명하니, 다음 유력 후보지인 싱가포르에 투자합시다"라는 의도로 시작된거라고 하더군요.

 

여튼, 홍콩과 싱가포르는 묘한 상보적인 관계를 가진 도십니다.

 

 

 

홍콩은 중국 무역의 출발점이죠.

 

싱가포르는 중간기착지이자 아시아 무역의 출발지 입니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접점이기도 하고요.

 

 

 

홍콩은, 증권과 외환시장이 발달했다면

 

싱가포르는, 석유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선물 시장과 각종 파생상품이 있죠.

 

(1995년 그 유명한 英 베어링스 은행 파산사건이 바로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쉽게 말해,

 

홍콩은 중화제국의 금융중심지 (라고 쓰고 역외탈세의 천국이라고 읽는다)라면

 

싱가포르는 아세안 제국(?)의 제도적 탈세와 면세 중심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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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국공산당이 홍콩 시위대에 군인을 투입해 무력 진압할수 있을까?"

 

우리 둘 모두 "그건 아닐 것"이란 것에 의기투합했습니다.

 

일단 여러 가지 근거가 있을텐데, 무엇보다, 홍콩만한 금융도시를 중국이 새로 만들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게 사실, 홍콩의 지정학적 존립 근거는, 국제 시장과 복잡하게 엉켜 있습니다.

 

그 분의 말을 빌리면,

 

"글로벌 관점에서 단 세개의 금융도시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봐요. 유럽의 런던, 미국의 뉴욕, 그리고 아시아의 홍콩. 이 3개의 시장이 24시간 전 세계를 커버해주기만 한다면, 그 외 나머지 도시들은 사실 이 3개 금융시장의 주변부 역할에 머물수 밖에 없어요. 그런 점에서 홍콩의 불안한 미래는 아시아 여러 시장에 주는 파장이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른바 '세계 3대 지정학론'이죠.

 

흔히들 일본의 도쿄나 중국의 상하이, 심지어 싱가포르마저도 금융도시의 꿈이 있었긴 한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 한때 전세계 2위 일본도 실패했었죠.

 

 

 

1) 압도적인 글로벌 무역환경

 

2) 외국자본에 대한 거의 특혜적인 환경

 

3) 배후에 압도적인 물동량을 지닌 시장이 존재

 

 

 

만일 중국이 홍콩을 무력진압해 수 백명의 시민이 죽거나 다친다면, 

 

그러니까 금융시장 한복판에서 "무력진압"을 한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파장 효과를 불러올 것인가?

 

이로 인해 금융자본이 이 같은 살벌한 현실과 제도적 탄압을 납득하지 못한다면, 

 

(막말로, 홍콩에서 구글 못쓰고, 천안문 사건 검색이 안된다면?? )

 

중국은 너무도 많은 것을 잃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중국의 사실상의 최종적인 목표인 "위안화의 기축통화" 만들기가 불가능해 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가장 큽니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이른바 역외시장을 통해서 활발하게 위안화를 공급하고 조절해주는

 

신뢰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과 '그 이득을 노리는 '하이에나'들이 필요한데,

 

홍콩의 법과 제도를 중국화 시켜서는, 그게 불가능해집니다. 

 

특히 중국공산당이 무려 50년을 준비한 상하이 정도로는 택도 없습니다.

 

환율이라는 건, 전세계 글로벌 트레이더들의 말 그대로 총성없는 전쟁인데,

 

상하이 수준의 글로벌, 제도적 환경으로는 절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어 줄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해외자본에 특혜를 줄 수가 없기 때문이죠.

 

만약 홍콩이 쇠퇴한다면, 그 다음 순번은 무조건 싱가포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생각처럼 안됩니다.

 

 

 

3.

 

앞선 조건 3개 들어보면, 금융중심도시가 된다는게 얼마나 빡센 일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서울정도의 영어환경과, 무역규모 등으로는 택도 없을 뿐만 아니라

 

가장 결정적으로 2)번 조건을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한,중,일 모두 기본적으로 영토와 국민을 중심으로 하는 주권국가죠.

 

세금을 걷어 이 돈을 나라살림에 쓰는게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외국자본에 대한 특혜가 어렵습니다.

 

전세계 보통 국민들의 세금 부담율이 25%~49% 정도에 달하는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싱가포르나 홍콩 같은 작은 도시들은

 

나라가 작고 무역에서 수입이 많기 때문에 이 세금 부분을 확실하게 낮출 수가 있습니다.

 

일례로 싱가포르 직장인들 3억 미만 수입은 6~8.5% 정도 밖에 세금을 안냅니다. (설명 복잡, 비례증가 함)

 

3억이 넘어가도 14% + @ 정도 입니다.

 

류현진이나 손흥민이 여기서 살면 수백억을 더 버는 수준이 되죠.  

 

싱가포르에 간접세 (집세 자동차세)가 비싼 이유가 이런데서 비롯된 거지요.

 

쉽게 말해서 자본수익에 대한 메리트를 확고히 보장해주기 위해서 이런 고육지책을 쓰는 겁니다.

 

"세금 조금 걷을 테니, 대신, 머무는 동안에라도 팍팍 좀 쓰고가라"

 

 

 

그런데, 홍콩이 쇠퇴한다고 해도, 

 

압도적 제2 환경의 싱가포르가 홍콩의 위상과 역할을 곧장 교체할 수는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중국의 고민과 영국과 미국의 고민도 다 여기에서 나오는 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홍콩을 대신할만한 도시국가가 아시에서 새로 나오기 어렵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일례로 대충, 영어되는 변호사 1만명과 회계사 3만 명은 필요합니다. 작은 도시에. 순식간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영국이나 미국이 홍콩사태 먼가 느긋해 보이는 숨은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홍콩이 쇠퇴하면, 사실 중국이 입는 타격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또 중국과 싱가포르의 관계가 아주 좋았다면, 먼가 그림이 달라질 수도 있을지 모르는데

 

사실 싱가포르는 중국보다는, 미국과 영국세력과 훨씬 더 친합니다.

 

중국 입장에선 손을 쓰기 복잡합니다.

 

 

 

4. 

 

항상 제글은 결론을 내기 힘든 글인데

 

선배 : "싱가포르는 나름 반중(反中)국가 가운데 하나인데..."

 

저 : "싱가포르는 사실 중립국이죠"

 

선배 : "싱가포르도 금융업이 좀 쇠퇴한 다음, 먼가 좀 먹고 살겠다고, 바이오, IT 등 여럿 투자해봤는데, 사실 다 망했지."

 

저 : "나라가 작아서 제조업으로 성공하기는 불가능한 나라 같습니다"

 

선배: "그러고보면 홍콩과 상하이 서울 정도가 입지적으로는 정말 최고이긴 한데... 그래도 다시 봐도 홍콩이긴 하네."

 

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습니다. 홍콩이란 도시는 아시아 자본주의의 사실상의 핵심역학을 해왔고, 서방세계와 중국세력 그리고 아시아 세력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만일 중국이 홍콩을 중국화 시키면, 미래를 잃는 거고, 그렇다고  홍콩을 있는 그대로 포섭하는 것은 현재의 체제에 위험이 되기 때문에 심각한 '딜레마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홍콩을 대체할만한 특별 조세회피지역은 사실상 아시아에서 새로 만드는게 불가능, 때문에 어떻게든 현재의 주권자인 중국은 홍콩인의 마음도 얻으면서 동시에 시위를 무력화 시키는 이중 작업을 벌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홍콩이 글로벌 국제자유도시의 위치를 지켜낸다면, 결국 홍콩이 자유정신이 중국 대륙 전체로 퍼져나가 중국의 내셔널리즘을 상당부분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다.

 

 

 

이정도가 되겠습니다.

 

 

 

PS: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홍콩시위를  열성적으로 지지해 주는 일입니다.

 

그게 중국에게도 명분을 주고, 홍콩 시민에게도 명분을 주고, 글로벌 시장에도 명분을 주는 일입니다.

 

그냥, 손 놓고 있다가는, 중국이 퇴보하고, 동시에 한국도 퇴보하죠. 안좋은 결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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