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던컨 사가에 대한 고찰

2019. 8. 30. 16:59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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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던컨은 자기가 원하는게 뭔지 알고 있었다.


필자가 잉글랜드 U16 국가대표팀에서 대활약을 선보인 던컨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리버풀 도심에서 약 10마일(16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프레스콧(Prescot)의 자택을 방문한 건 2016년 12월 초의 일이었다. 

 

리버풀의 前 주장이었던 스티븐 제라드의 사촌인 던컨은 이제 막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 역사상 최초로 브라질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한 선수라는 역사적인 업적을 달성한 기념으로 챙긴 공을 쥐며 즐거운 나날을 만끽하고 있었다. 

 

10세의 나이로 위건 애슬래틱에서 맨시티로 이적했던 던컨은 그 당시 맨시티 U16 팀의 득점포로 소문나 있었다. 맨시티는 오후에 이티하드 캠퍼스 훈련장에 가기 전 오전에 세인트 비드 칼리지(St. Bede College. 3-18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맨체스터에 위치한 가톨릭 남녀공학 공립학교. 맨시티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은 이 학교에서 교과과정을 받음 : 역주)에서 연간 12000파운드에 달하는 교과과정을 받았던 던컨을 데려다주기 위해 매일 아침 운전기사를 파견하는 등 최고급 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부를 자랑하는 클럽에 몸을 담은 던컨이었지만, 던컨의 생각은 분명하게 다른 곳에 가 있었다. 던컨의 아버지인 롭은 거실 벽난로 위 선반에 놓인 갈색 봉투를 가리켰다. 

 

"맨시티에서 온 편지입니다. 프로 계약을 체결하면 어마어마한 부를 던컨에게 안겨주겠죠. 그치만 던컨은 계약에 서명하지 않을 겁니다. 맨시티에선 자리가 없어요.

 

리버풀에서 해야죠. 던컨은 리버풀인이에요. 던컨의 축구 클럽에서 말입니다." 

 

 

당시 불과 15세였던 던컨은 이에 동의한 상황이었다. 던컨보다 어린 남동생이었던 올리와 프레디는 이미 리버풀의 커크비 아카데미 유소년 과정을 밟고 있었고, 던컨은 일평생 리버풀의 팬이었다. 

 

위스턴(머지사이드 주 노즐리 : 역주) 출신인 던컨은 어렸을 때 차에서 본 제라드 DVD 영상을 보며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될 거야" 

 

18개월 뒤, 던컨과 던컨의 가족은 꿈을 이루었다. 장기간 지지부진했던 회담이 끝나고, 리버풀은 2018년 여름 맨시티에 20만 파운드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불하는데 동의했다. 

 

서류작업이 8월 말 최종적으로 마무리되자 던컨은 인스타그램에 3년 프로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진을 자랑스럽게 올렸다. 던컨의 스마일은 머지강(리버풀을 관통하는 강 : 역주) 만큼이나 널찍했다. 

 

"그토록 고대하던 이날이 마침내 왔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봐오고 응원했던 클럽입니다. 제 평생의 클럽이자 저의 꿈이었어요!"

 


시간은 빠르게 흘러 1년이 지났고, 그 꿈은 시끌벅적하게 틀어져버렸다. 

 

던컨의 에이전트인 사이프 루비(Saif Rubie)가 수요일 리버풀이 피오렌티나와 덴마크의 FC 노르셀란의 제의들을 거절해 던컨을 "심리적으로 위협하고 삶을 망가뜨렸다"는, 리버풀을 비난하는 자극적인 성명서를 게재한 것이다. 루비는 던컨의 이적을 거절한 마이클 에드워즈 단장을 강도높게 비난했고, 던컨은 두번 다시 리버풀에서 뛰지 않을 거라고 천명하고 나섰다. 

 

본인 계정에 리버풀과 관련된 모든 언급들을 삭제한 던컨은 프로필 사진을 검은색 바탕으로 바꿔놓았고, 프로필 사진을 삭제하기 전 성명서를 리트윗했다. 루비는 던컨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에 4일 동안 자택에서 나오지 못하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리버풀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에, 오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선동적"인 주장이라고 밝힘과 동시에 선수의 심리 건강 상태에 관해서는 진심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리버풀과 던컨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표면상으론 상황이 꼬이고 꼬인 성 싶다. 리버풀은 던컨이 데뷔 시즌에 U18팀에서 32득점 23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난 4월 맨시티와의 FA 유스컵 결승전, 던컨은 후반 막판(86분) 펩 과르디올라 감독 앞에서 25야드(22.8m)가 넘는 슛을 때려 동점을 만들었다. 시티 풋볼 아카데미에 운집한 맨시티 홈 팬들 앞에서 던컨은 컵 모양을 한 손을 갖다대며 세레머니를 취했고, 리버풀은 승부차기 끝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세레머니를 하면서 환호한 던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시즌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멋진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만들었어요. 무슨 소린지 아시죠? 말로는 표현 못할 느낌이에요" 

 

시즌 중 멜우드 훈련에 소집되었을 뿐만 아니라 U23팀으로 월반하기까지 한 던컨은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모하메드 살라, 사디오 마네 모두 국제대회를 끝마치고 휴가를 받았던 7월, 위르겐 클롭 감독의 프리시즌 1군 팀에 소집되었다. 

 

트랜미어 로버스 전에서 성인 무대 데뷔골을 맛본 던컨은 미국 투어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던컨은 보스턴에 위치한 펜웨이 파크에서 열린 세비야 전에 출전했고, 나폴리, 리옹전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피드백은 긍정적이었다. 클롭은 던컨의 태도, 경기력, 결정력에 감탄했다. 긴장을 하긴 했지만 이는 예상 범위 내에 있던 사항이었다. 

 

아니나다를까, 클롭은 이번 시즌이 시작되면 던컨을 U23팀으로 복귀시키는게 선수의 성장세에 최고의 상책이라고 판단했다.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걸로 유명한 클롭 감독 체제에서 지난 6월에야 18세가 된 던컨에겐, 이같은 입지를 부여받은 건 시기적으로 적절했다. 

 

유럽 챔피언 팀 공격진에 포진된 피르미누, 살라, 마네, 오리기, 리안 브루스터라는 우선 순위에 대해 던컨은 불만을 제기할 건덕지조차 거의 없었다.

 

이번 여름 축구라는 관점에서 놓고 봤을 때 좌절감을 느꼈을 리버풀 아카데미 소속 선수는 U18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폴 글라첼이 유일무이했다. 던컨과 함께 트랜미어 로버스 전에 출전했던 글라첼은 수술을 요하는 전방십자인대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으로 이탈하게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에 다다르고자 하는 던컨과 던컨 주변인들은 언제나 늘 조급해하는 면을 보였다. 

 

이는 괜찮은 시즌을 보냈다고 판단하여 맨시티를 떠난다는 결정을 내렸던 17-18시즌에도 그랬다. 

 

수차례의 프로 계약 제의를 계속해서 무시한 던컨은 8월 맨시티를 떠났지만, 맨시티가 선수 등록권을 계속 보유하면서 그 어느 팀에서도 출전할 수 없었다. 당시 1년간 유소년 영입 금지 징계를 받았던 리버풀은 영국의 다른 아카데미 선수들을 영입할 수 없었다. 
 
던컨에게 관심을 보였던 리버풀은 던컨이 내년(18-19시즌 : 역주) 여름에 합류하고 싶어한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던컨의 보상금이 1m파운드가 훌쩍 뛰어넘을 거란 사실에 고심했던 리버풀은 던컨 영입 문제로 법원에 갈 생각이 없었다. 

 

던컨은 위건 애슬래틱 1군 선수단과 훈련을 진행하며 몸상태를 유지했고, 현재 스완지 시티 감독인 스티브 쿠퍼가 지휘했던 잉글랜드 U17 국가대표팀에 계속해서 차출되었다. 

 

던컨은 라힘 스털링, 델레 알리 등을 고객으로 삼고 있는 롭 세갈을 에이전트로 두고 있었다. 세갈은 맨시티를 어찌저찌해서 맨시티를 설득했고, 2018년 약 20만 파운드에 달하는 보상금에 던컨이 리버풀로 이적할 수 있게 합의를 도출해낸 사람이었다. 토트넘, 유벤투스, 모나코, 로마의 관심도 받았지만,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가 리버풀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던컨은 클롭 체제에서 아놀드와 같은 길을 따라가길 원했다. 

 

지난 시즌 던컨이 유스 레벨에서 개화하는 면모를 보였지만, 리버풀의 알렉스 잉글소프 아카데미 단장과 아카데미 스태프들에게 이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로 떠올랐다. 

 

잉글소프 아카데미 단장과 아카데미 스태프들은 던컨이 자기 자신의 능력과 판단력에 강한 신념을 지녔다는 점을 칭찬하긴 했지만, 던컨의 지나친 자존감을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에 대해선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잉글소프와 스태프들은 던컨이 지나칠 정도로 과하게 매스컴의 관심을 끈다는 점을 우려했다. 코치들은 던컨의 이름이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걸 탐탁치 않게 여겼다. 당시 던컨은 SNS 사용과 스스로 불필요한 행동을 하는 점에 대하여 주의를 받았다. 리버풀은 어린 선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 삼가는 태도를 취하길 원했다. 

 

경기 중엔 별 문제는 없었다. 배리 루터스 감독이 이끄는 U18팀에서 던컨이 보여준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잉글소프 단장은 던컨을 좀더 포처로 키우기 위하여 1:1 추가 훈련을 배정하기도 했고, 강도가 높았던 이 훈련은 성공적이었다. 

 

봄이 되자 던컨이 "유럽 최상위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당시 리버풀 스태프들은 던컨 측이 상향된 조건으로 재계약을 체결하고자 구상한 계획이라고 판단했다. 리버풀은 미끼를 물 생각이 없었고, 던컨은 계속해서 보너스를 합쳐 주급으로 약 1500파운드를 수령하고 있었다.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무렵, 루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약 260명의 고객을 둔 세갈은 던컨의 가족으로부터 새로운 에이전트와 함께 "방향의 전환"을 원한다는 의견을 통보받았다. 
 
루비는 두바이를 근거지로 둔 영국계 이라크인 사업가다. 스포츠 매니지먼트, 나이트클럽, 헬스 및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는 루비는 1999년 21세의 나이로 FIFA에서 인증받은 최연소 에이전트가 되었다. 2008년 에콰도르 국가대표인 펠리페 카이세도를 FC바젤에서 맨시티로 이적시키는 거래를 성사시켰고, 콜로 투레의 맨시티 이적 역시 루비가 관여한 거래였다. 2013년 루비는 벨기에의 로얄 앤트워프(Royal Antwerp)를 관리하는 컨소시엄을 창설했다. 솔 캠벨, 나이젤 콰시, 사이도 베라히뇨, 아브람 그랜트, 안토니오 뤼디거, 찰튼 콜을 고객으로 둔 루비는 2006년, 업앤업 매니지먼트 유한회사(Up 'n' Up Management Limited)의 활동 내역에 관한 정보 제출 요구에 답변을 제출하지 못하면서 영국 축구 협회(FA)로부터 자격 정지되었다. 해당 징계는 1개월 뒤 600파운드의 벌금과 세부 내역을 제출하면서 해제되었다. 

 

올해 4월 프리미어리그의 많은 선수들이 컨디션 및 몸상태 회복을 위해 찾는 두바이의 트랜스폼 얼티튜드 퍼포먼스 센터(Transform Altitude Performance Centre)에서 리버풀의 아놀드와 사진을 찍기도 했던 루비는 5월 말 GQ 중동과 인터뷰를 가졌다. 수요일 리버풀에 폭탄을 던져버릴 때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말이다. 

 

"평판이 가장 큰 자산이죠. 사람은 교만하면 안됩니다.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고, 주변 사람들과 훈훈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게 대인 관계를 시작하고 키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합니다. 

 

전 396m달러가 넘는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그 어떤 거래에서도 신뢰 없이 성사시켰던 거래는 없었습니다. 제 업무는 판매자와 구매자, 그리고 3자를 연결시켜서 거래의 가치를 상정하고, 재능을 지닌 선수를 발견해 하나로 모으는 것이죠. 

 

세상엔 서로의 간극을 해소하고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사견을 배제하려는 수많은 관계자들이 있습니다."

 

 

리버풀은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루디는 자신이 말한 걸 지킨 모양이다. 

 

그렇다. 칭찬이나 찬사의 의미가 담긴 수사가 아니다.  

 

지난 수요일 트위터 상에서 팬들의 지체없는 반발을 샀던 성명서에서 언급했던 주장에 관하여 본지(本紙) 측은 답신을 요청했지만 루비는 이에 대해 답신하지 않았다. 

 

루비가 성명서에서 언급했던 "최후의 수단"은 이번 시즌 던컨이 1군에서 세리에A 5경기 선발 출전하거나 1군에서 세리에A 10경기 출전할 경우 내년 여름 1.6m파운드에 무조건 완전 이적하는 조항이 포함된 피오렌티나 측의 한 시즌 임대 제의(이는 이전 제의보다 상향된 조건)를 리버풀이 거절하기로 결정을 내리자 나온 발언으로 사료된다. 

 

리버풀 관계자들은 던컨이 이탈리아에서 그만큼 출전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것으로 판단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제의를 반려했으며, 차후 리버풀은 던컨에게 사실상 한 시즌 무상 임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리버풀은 또한 던컨이 1군 팀에서 뛰지 못할 것이며, 앞으로 재계약을 제의받지 못할 거라 통보받았다는 루비의 주장을 반박했다. 

 

루비가 리버풀에게 백기를 받아낼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일 것이다. 리버풀을 의지를 철회시켜 클럽 측이 원치 않는 거래를 받아들이게 할 일말의 가능성은 없다. 위험한 선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리에A 이적시장이 마감되는 다음주 월요일 이전에 상향된 제의가 들어올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던컨에게 동정심을 갖고 있는 리버풀은 던컨이 리버풀로 돌아올 여지가 아직 남아 있음을 역설하는 중이다. 던컨이 바람직하지 못한 조언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리버풀은 던컨에게 원조와 지원을 해주고 싶어한다. 

 

리버풀은 심리 건강이나 사생활 문제로 씨름하는 선수들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체계를 갖추고 운용하고 있으며, 클럽 측은 여전히 멜우드와 커크비 아카데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던컨에게 징계를 내릴 생각이 전혀 없다. 

 

리버풀 대변인은 "클럽 측은 최종 해결점을 모색하고자 계속해서 선수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이번 일은 급한 나머지 큰 무대에서 명성을 날리고 싶어한 재능을 두루 갖춘 10대 선수에게 일어난 이야기다. 

 

프레스콧의 어느 가정집 거실 벽난로 선반에서 맨시티와 프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건, 돈은 던컨에게 동기부여가 아니란 증거다. 던컨은 득점과 영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원하는 것이다. 

 

어쩌면 리버풀에서 던컨이 성공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던컨이 무조건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한계치를 극한까지 끌어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던컨, 그리고 던컨과 가까운 주변인들 모두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자기 자신이 지난해 어디만큼 그 길을 걸어왔는지 깨닫는 길이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관계가 틀어져 중상모략이 오가는 작금의 상황은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나, 던컨이 리버풀에 오려고 했던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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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heathletic.co.uk/1162636/2019/08/29/money-not-the-motivation-for-bobby-duncan-and-he-does-still-have-a-liverpool-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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