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가 1년 간의 번아웃 증후군을 겪은 뒤 발매했던 앨범

2019. 3. 27. 22:09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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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디미토리 -토리정원방 (좋은글 써준 김윤아 팬님)

 

요즘 같은 상실의 시대에

꼭 읽어봤으면 해서 글을 쓰게 됐어

 

좀 길긴한데 스크랩하고서라도 

시간 날 때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

 

나도 이 앨범을 들으면서

진짜 많이 공감하고, 울기도 하고

끝없이 무너져내리다가도

다시 일어서고..

 

김윤아라는 음악인, 여성 그전에 

우리와 같이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의 생각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

 

 

*번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내가 베짱이처럼 노래만 하고 있는게 한심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해있는데 

나는 무대에서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게 창피했다. 

지금은 회복이 됐다. 꼭 그렇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다"

 

"10년 전부터 세상이 좀 아프기 시작한 것 같다. 

사람들도 많이 아프고 내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변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이 나에게 전달됐다"

 

"재작년 자우림 활동이 마무리 됐을 때 쯤 

내가 한심하고 음악한다는 것 자체가 창피했다. 

그래서 1년 정도 정신적인 슬럼프가 있었다. 회의도 있었다. 

마침 계약이 끝났을 때라 뒷 일을 생각하지 않고 싶다고 생각했다. 

1년간 가사도 멜로디도, 어떤 것도 만들지 않았다. 

간간히 공연, 행사 외에는 악기를 잡은 적도 없다"

 

 

 

 

 

 

타인의 고통 (2016.12)

 

 

저는 열한 살 이후로 늘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써왔습니다. 

그것은 저에게 일상이었고 살아있기 때문에 쌓여가는 찌꺼기를 

뱉을 수 있는 중요한 의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제 안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더 이상 전에 해 왔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기보다는 

그 행동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는 편이 맞겠습니다.

 

인간으로서의 느끼는 외로움, 인간으로서 느끼는 사랑, 

인간으로서 느끼는 시적 감상 따위를 표현하는 행위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는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것입니다.

 

누군가가 인간으로서 겪어서는 안 될 고통을 겪고 있는데

그저 음악이나 끄적이는 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네, 그것은 수치심이었습니다.

 

우리가 목격한 것은 타인들의 거대한 고통이었습니다.

타인들의 고통은 크고 깊었고 그들은 고통 받고 있었음에도 동시에 

날카롭게 비난받고 있었습니다. 고통과 비난은 서로 엉겨 붙어 

더 큰 고통의 메아리를 만들어냈고 타인들이 소리 없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저의 폐부를 찔렀습니다. 

저는 죄의식에 시달렸고 악몽을 꾸었습니다.

 

누군가가 범법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부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면 

그의 고통에 공감하고 평화를 되찾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기본입니다. 그것이 도덕입니다.

그렇지만 언제인가부터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은 

비난받아 마땅한 나쁜 행동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웃이 건강을 잃으면 그가 다시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것.

이웃이 꿈을 잃으면 그가 다시 꿈꿀 수 있기를 바라는 것.

이웃이 괴로운 일을 겪을 때 위로하고 지지해 주는 것. 

이렇게 적어 놓으면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들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공식적으로 정치적 성향이나 특정 정치인,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계획은 없습니다. 

타인들의 고통에 대한 이 글은 

제가 생각하는 도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저의 이야기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저를 비난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제가 옳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저를 일련의 사람들의 목록에 올려놓고 

‘적’이라고 규정할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아직도 우리들은 똑같은 의견을 내놓지 않으면 

옳지 않다고 서로를 맹렬하게 규탄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여유가 없는 사회에서 개인의 삶은 불행합니다.

당신이 고통 속에 있을 때 

아무도 당신을 지지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다른 이들이 고통 받을 때 

당신은 그들의 고통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타인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고, 

타인을 짓밟고 군림하는 자가 승리하는 사회에서 

과연 누구에게 행복해질 권리가 주어질까요. 

저는 친구와 가족과 이웃이 

서로 예의를 지키며 각자의 행복을 누릴 때 

나에게도 진짜 평화와 행복이 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성, 음악인, 그리고 인간으로서

상식과 도덕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미래가 가깝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1 강

 

써내려갈 때부터 강 갈대밭에 서서 바람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그의 상실에 관해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가족을 잃었어요. 

아주 비극적인 사고였죠. 그때 우리들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건 그들을 위해 노래를 만드는 것뿐이었어요." 

(비긴어게인2 中)

 

https://youtu.be/0fZ1L-cLaNI


 

그리움은 바람이 되어서

가슴 안을 한없이 떠도네

너의 이름을 부르며 강은 흐르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누가 너의 손을 잡아 줄까

 

너의 이름 노래가 되어서

가슴 안에 강처럼 흐르네

흐르는 그 강을 따라 나를 버리면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강은 흘러흘러 사라져만 가네

 

 

 

#2 유리

 

우리는 모두 온기를 나눌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위로받기를 원하지만 상처입고 부서져버리곤 합니다.
행복해지기를 원하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타인들의 인생은 아름답게 보입니다.
동경과 환멸 속에서도 살아있기 때문에 인생은 계속됩니다.

 

https://youtu.be/4_kaDXn3hsk


 

우리는 유리처럼 나약해

곧잘 깨져서는 자신을 할퀴네

그저 한 줌의 위안을 얻으려

가장 소중한 것을 내보이며 웃네

 

미로처럼 얽혀서

어디 서있는지는 몰라도

살아있으니까 살아가고

언젠가는 무언가를 찾으리라

자신을 위로하며 매일을 이어가지

 

인생은 아름다워

 

 

 

#3 키리에

 

"세월호를 떠올리시는 분들에게는 

그 주제를 다룬 노래라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다른 사람들이 노래를 듣는 방식을 제안할 수 없고 

그건 올바르지 않다. 내가 하는 노래는 캠페인 송이 아니다"

 

https://youtu.be/uTVgbNBDZrU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가슴 안에 가득 찬

너의 기억이, 흔적이

나를 불태우네

 

차라리 지금 이대로 눈을 감고

다시는 깨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나는 지옥에, 나는 지옥에 있나봐

 

 

 

#4  독

 

2015년 봄, 불 켜지 않은 어두운 작업실에서 
막 초록 잎이 돋기 시작한 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건반을 어루만지며 ‘독’의 멜로디를 떠올렸습니다.
자신의 내부에서 새로운 음과 문장이 돋아나는 것은 
지금껏 이상하고 신기한 체험입니다. 
배와 가슴 속 어딘가에서 간질간질 작은 넝쿨이 싹을 틔우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자라 올라 입과 코와 귀와 눈으로
뻗쳐 나오는 것만 같습니다.

 

https://youtu.be/zmhGLOf-Qqc


 

아무도 너를 구할 수 없어

어둡고 작은 방에서 넌 우두커니

너를 바라보는 어둠을 바라보았지

 

누구의 체온으로도

단단한 너의 외로움, 녹일 수 없어

언제나 너의 마음안엔

바람이 이네

 

 

 

#5 은지

 

몇 년 전인가 은지라는 이름의 스무 살 여성을 알게 되었는데
그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꿈꾸는 여성의 에너지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고 새삼 생각했습니다.
은지를 보고 있으면 한 때 그처럼 아름답고 빛났던
저의 친구들이 생각납니다.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또 사랑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갈아서 누군가에게 쏟아 붓고 
막상 자신의 인생은 잃어버린 친구들.
세상의 모든 은지들이 잠깐 피었다가 시들어 사라지는 꽃이 아니라
스스로 타올라서 환하게 빛나는 별이 되기를 바랍니다. 

 

https://youtu.be/mp5qAdXzS_c


 

은지야

너의 가슴에선 풋사과 향이 나고

너의 머리카락은 춤을 추었지

 

은지야 

너의 두뺨에는 기쁨이 가득하고

너의 눈동자는 서늘한 별빛처럼

푸르게 빛났었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 모든 향기는 회색이 되고

눈부시던, 날카롭던, 황홀하던 너는

일상의 건조함 속에 시들어가겠지

 

은지야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6 꿈

 

"행복에 대해서 얘기할 때 우리가 자주 말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꿈이다. 우리는 꿈을 이뤄야 행복한 것 같고,

꿈을 이뤄야 성공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사회적으로 많이 성공하신 분들의 인터뷰를 보면

성공의 비결을 노력으로 꼽는다.

저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든다.

노력은 중요하고 폄하할 수 없다.

근데 노력한다고 다 이뤄지면 얼마나 좋겠느냐."

 

https://youtu.be/fhu8cxIdhu8

 

 

때로 너의 꿈은 가장 무거운 짐이 되지

괴로워도 벗어 둘 수 없는 굴레

너의 꿈은 때로 비길데 없는 위안

외로워도 다시 걷게 해주는

 

때로 너의 꿈은 가장 무서운 거울이라

초라한 널 건조하게 비추지

너의 꿈은 때로 마지막 기대어 울 곳

가진 것 없는 너를 안아주는

 

간절하게 원한다면 모두 이뤄질 거라 말하지 마

마치 나의 꿈은 꿈이 아닌 것 처럼

 

 

 

#7 타인의 고통

 

앨범의 수록곡 중에 완성에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곡입니다.
멜로디를 만들었던 것은 3집을 만들었던 2010년 즈음이었지만
문장을 붙이기가 쉽지 않아서 새 앨범을 위해 작업을 하며 완성했거든요.
발라드로 편곡하면 매우 아름다울 멜로디여서 사랑에 관한 곡으로만
접근하고 있다가 어느 날 말할 수 없는 죄책감에 
“ 미안해.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았어. ”
라고 첫 줄을 적어 놓고
다시는 사랑에 대한 곡을 생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https://youtu.be/pn6geCKlVXI


 

미안해

너에게 해줄 수 있는게 그리 많지 않았어

비겁한, 무력한, 이런 나라서 너무 미안해

 

이 세상은 언제나 이해할 수 없는

모순에 가득 차있고, 사람들은 말하지

우리들은 아직 어리고 어리석을 뿐이라고

 

잔인하고 슬픈 얘기들을

사람들 아무렇지 않게 해

네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8 안녕

 

만나고 헤어지고 엇갈리고 흩어지는 
사람들의 인연을 바라보면서 만든 곡입니다.
인연에도 수명이 있어서 억지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멀어져가는 이의 행복을 빌고, 새로운 이에게 마음을 열며 
인연과 인연 사이에서 덜 상처받고 더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https://youtu.be/D5KKblt2W9U


 

인연에도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는가봐

발버둥쳐도 흩어질 인연은 흩어져만 가네

다만 행복하길 바랄 뿐,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들의 얘기도 특별할 것 하나 없어

사람들 모두 그렇듯

안녕하고 그냥 스쳐 지나면 돼

 

 

 

#9 다 지나간다

 

어쨌던 결국은 다 지나가겠지요. 
무언가를 잃을 거고 무언가는 남겠지요.
몸을 웅크리며 덜 상처받기만을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 똑같겠지요.

 

https://youtu.be/I_2hYiR75oQ


 

지난 밤은 열병에 시달리다

어지러운 상념에 잠 못 들고

괴로운 순간들이면 나도 모르게

기도처럼 읊조리며 나를 다독인다

 

다 지나간다

다 잊혀진다

상처는 아물어 언젠가는

꽃으로 피어난다

 

다 지나간다

모두 지워진다

시간은 흐른다

상처는 아물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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